“모두가 작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모든 사람이 소설을 쓰거나 출판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작가란 직업 이전에 자신이 겪은 일을 언어로 붙잡고, 그 의미를 스스로 판단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쓰기는 표현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행위다.
우리는 쓰면서 비로소 생각한다
우리는 생각한 뒤에 쓰는 것이 아니다. 쓰면서 비로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머릿속에서는 서로 모순되는 감정과 주장이 별 충돌 없이 공존한다. 그러나 그것을 문장으로 적는 순간 모순과 빈틈이 드러난다.
가령 “회사가 힘들다”는 생각을 글로 쓰기 시작하면 문제가 나뉜다. 업무량이 과도한 것인지, 평가가 불공정한 것인지,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일의 의미를 잃은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 쓰기는 막연한 불쾌감을 분석 가능한 대상으로 바꾼다. 문장을 고친다는 것은 표현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생각의 구조를 점검하는 일이다.
쓰기는 자기 삶의 해석권을 되찾는다
기록하지 않은 삶은 쉽게 타인의 설명으로 대체된다. 실패는 능력 부족으로, 돌봄을 위해 멈춘 시간은 경력 공백으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경험은 개인의 결함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당사자가 쓰기 시작하면 같은 사건에서 다른 인과관계가 나타난다. 자신이 무엇을 선택했고 무엇을 감수했는지, 어떤 조건이 가능성을 가로막았는지가 드러난다. 자기서사를 가진다는 것은 자신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삶을 미화하는 일이 아니다. 타인이 붙인 이름만으로 자신을 이해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 것이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유명해지는 일이 아니라 자기 삶의 해석권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기록되지 않은 경험은 사회에서 사라진다
글은 사회적 발언권의 기반이기도 하다. 사회는 목소리가 큰 사람보다 기록을 남긴 사람의 관점을 더 오래 기억한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 환자, 보호자, 소상공인, 학생의 경험도 문서가 되지 않으면 정책 보고서와 통계의 각주로만 남는다.
반면 반복되는 문제를 날짜와 상황, 원인과 결과를 갖추어 기록하면 개인의 하소연은 검토 가능한 증언으로 바뀐다. 글쓰기는 전문가의 언어를 흉내 내는 일이 아니다. 전문가의 설명에서 빠진 현실을 세상에 추가하는 일이다.
글은 경험을 다음 판단의 자산으로 만든다
경험이 머릿속에만 있으면 비슷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그러나 어떤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 어떤 질문이 효과적이었는지, 당시에는 무엇을 몰랐는지를 기록하면 과거의 자신이 미래의 자신에게 협력할 수 있다.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중 일부는 기억력보다 축적 방식에서 생긴다. 쓰는 사람은 삶을 흘려보내지 않고 다음 판단에 사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바꾼다.
AI 시대에는 저자의 자리가 더 중요해진다
이제 매끄러운 문장을 빠르게 만드는 일은 점점 희소성을 잃고 있다. 앞으로 희소한 것은 무엇을 문제라고 볼 것인지, 어떤 경험을 중요하다고 판단할 것인지, 어느 문장을 자신의 이름으로 책임질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이다.
AI에게 처음부터 글 전체를 맡기면 문장은 빨리 완성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발견하는 과정은 생략될 수 있다. 그 결과 글은 그럴듯하지만 누구의 삶에서도 나오지 않은 문장이 된다.
AI와 함께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먼저 자신의 관찰과 불편함, 주장과 근거를 거칠게라도 적어야 한다. 그다음 AI에 반론을 요청하거나 구조의 빈틈을 찾게 하고, 어려운 자료를 정리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다시 자신이 맡아야 한다.
AI가 문장을 대신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무엇을 말할 가치가 있는지까지 대신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과 저자의 자리를 넘겨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모두가 작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세상에 책이 더 많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각자의 경험이 타인의 해석에만 맡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쓰는 사람은 생각을 분해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편집하며, 사회가 놓친 사실을 기록하고, 자신의 지식을 다음 시간으로 넘긴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유명해지는 일이 아니다. 자기 삶의 해석권과 발언권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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